나이에 따라 그 작은 햄버거가게에서 일어나는
아내의 심경변화를 보면서,,,
젊을때는 두근거리고
중년쯤에 일탈을 꿈꾸고
노년에는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그렇게 늙으가도 좋겠다..싶었어요

강철을 보면서 그토록 징글징글하게 여심을 그려낼 수 있는 연출가가 얼마나 될까 궁금했었다.
그 지독한 작품 후에..

이렇게 발랄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찡한 작품으로 컴백할 줄이야...
보조석까지 꽉 찬 토요일 오후.
거대한 햄버거 모양의 가게 안에서 몇 십 년에 걸쳐 벌어지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들에 정신을 뺏겼다.

역시 멋진 연출가...

그리고 훌륭한 배우들 만세~

꽤 큰 규모의 이곳 소극장... 무대로만 보면 소극장이 아닌 듯...
햄버거 모양의 세트,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무대도 무대.
무엇보다, 곡선이 많은 무대라서, 좋았다.
연극 내용도 즐겁고 경쾌. 나이가 좀 있는 관객에겐 자신의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도록 할 연극이었다.^^

<네바다로 간다>는 제목의 어감도 매력적이고 포스터를 채우고 있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환한 웃음이 시선을 당긴 작품입니다. 어디론가 간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 미지수에 대한 설렘이 동반되어 있다고 제 뇌가 인식하기 때문일까요? 공연 정보를 읽어보니 평소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고 있는 극단 물리의 신작이기도 하고 언제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한명구님이 출연하는 연극이라서 더 궁금해지더군요. 줄거리는 좀... -_-a;;; 상투적인 부분이 있어 보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충분히 믿음이 가는 작품인지라 무대에 올려진지 얼마 안 되는 따끈따끈한 공연을 보고 와서 올립니다.

모든 게 전혀 다른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 와서... 그것도 네바다의 사막 한 가운데에 햄버거 가게를 연 윌리와 루이스 부부가 주인공이죠. 윌리라는 남자...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남편으로서는 빵점에 가깝습니다. 자기 멋대로 퇴직금 다 털어서 서부로 가서는 햄버거 가게를 열지 않나~ 가게도 도로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인데다가 맞은편 도로 코앞엔 장사가 엄청 잘 되는 라이벌 가게까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무슨 생각으로 장사를 시작하는지 대책 없는 사람이구나 싶더군요. 지켜보는 제가 이렇게 기가 막힐 지경인데 정작 부인인 루이스는 잔소리는 좀 하지만 묵묵히 따라주는 게 불가사의할 지경입니다.

이제 손님이자 손님이 아닌 자넷이 등장하면 이 연극의 등장인물은 다 나타난 셈인데... 그렇게 가게를 열기 하루 전날로부터 시작하여 40여년이 흘러 가게를 닫는 날까지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화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쭉~ 비춰주더군요. 네? 가게에 손님들은 안 세냐고요? 음... ㅡㅡ; 손님은... 안 나옵니다. 가게에서 우리가 만나는 건 언제나 3명뿐이죠.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던 그들의 마음 속 풍선은 차츰차츰 쪼그라들고 현실이라는 틀에 맞춰 가면서 손님이 있든 없든 그들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아침을 맞고 저녁을 보내며 살아갑니다. 그 모습이... 삶이라는 도로변에 앉아있는 제 모습을 보는 것만 같더군요.

절망하고 죽고 비극으로 끝나는 작품들을 주로 보여 온 한태숙님이 연출했다는 게 무척 생경했습니다. 이 작품도 비극 아니냐고요? 아니요~ ^^* 함께 모였을 때 온전한 힘을 발휘하는 삼총사처럼 윌리, 루이스, 자넷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더 큰 든든함으로 서로가 가장 힘들 때 옆에서 지켜줍니다. 처음엔 약간 어색한 느낌을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명구님, 이연규님, 정재은님의 앙상블이 제 마음을 따뜻함으로 그득하게 채우더군요. 미우나 고우나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나 봅니다. 언젠가 먼 훗날... 저도 추억을 나누고 노래도 부르며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년의 갈등, 그리고 함께 나이 들어 추억을 공유하는 부부
보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