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대화 사이에는 침묵과 숨막힘이 공존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펼치며 끊임없이 이어가는 그들의 대화는 때로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로지 두 명의 배우만이 무대에 존재하지만 쉼 없이 꽉 채워주었다.
그 어떤 연극보다 신선했고, 가끔씩 무거웠고, 마침내 함께 공존할 수 있었다.

비평가와 극작가, 극 중 극인 권투선수와 코치, 그리고 이 작가의 전작 중 하나인 맨 끝 줄 소년의 교사와 학생이 묘하게 겹쳐져 보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두고 다시 대립한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진실과 허구가 서로를 마주하고 그리고 감동과 감정이 대립한다.

몸이 안좋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약속했으니... 하면서 길을 나섰습니다.
연극과 관련된 학생들, 관련계통으로 보이는 많은 분들이 계셨고 추운 날씨임에도 객석도 거의 꽉 채운 날이었습니다.

비평가와 작가의 긴장감 넘치는 2인극으로 인해
제가 몸이 아픈 걸 잊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을 빼았겨버렸습니다.

극작가 스카르파와 비평가 볼로디아가 설전을 하는 극 중에서
또 다른 권투사범인 볼로디아와 권투선수 스카르파가 대결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원작이 훌륭했다면 그것을 훌륭하게 만든 연출가 이영석님에게 공을 돌리고 싶어요.
물론 김승언님과 이종무님의 긴장감 넘치는 무대도 훌륭했습니다.
받아적어야할 대사가 너무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객석에서 일어서면서 감동만 남은채 하나도 기억나는 대사가 없었다는거..

우리의 인생도 언젠가는 평가를 받는 날이 오겠죠?
그분 앞에 가는 날에요~~~

배우들이 오롯이 무대위에서 콤비를 이루어 서로의 연기력을 비교할 수 있는 2인극을 선호하는 편인데,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오늘날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최신작을 2인극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을 찾았습니다. 지진 발생의 여파와 성큼 다가온 초겨울의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평일 저녁의 객석을 가득메운 관객들의 숫자에 공연을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차가 높게 조성된 무대는 평론가의 집안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책상과 간이 소파 옆에 높인 서랍이라는 간결한 살림 살이에 사방을 포위하듯 어지럽게 쌓여올린 책들을 보면서 집주인의 꼼꼼하고 청결하지만 어딘가 신경질적인 성격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극 <비평가>는 10년만에 첫 선을 보인 작품이 15분간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성황리에 마친 극작가 스카르파가 신랄하고 냉정한 평론으로 유명한 평론가 볼로디아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느닷없는 불청객의 방문에 볼로디아는 심기가 불편하지만, 10년만에 재기에 성공한 희곡에 대한 자부심에 찬 스카르파의 질문에 하나 둘씩 대답해 줍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서로의 입장과 견해가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공연 2막에 등장하는 여성의 존재에 대한 설전은 볼로디아가 그동안 감추고 싶었던 비밀과 맞물려 점차 무대위의 긴장감은 가속되기 시작하지요.

100분간 볼로디아의 집을 배경으로 두 사람은 시종일관 연극과 평론, 관객의 태도등 여러가지 면에서 연극의 가치와 창작의 본질 및 순수 예술로서의 비평에 대해서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극을 위한 연극은 연극인들에게나 재미있는 겁니다.>, <재미있는 연극은 배고픔을 잊게 만들고, 재미없는 연극은 식욕을 잃게 만들지요>와 같은 섬세하게 다듬어진 대사들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연극을 전공하지도, 그렇다고 연극에 관계된 일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 평범한 관객에 지나지 않는 제게는 창작의 고통과 비평가의 애정어린(?) 평론은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연극계의 이면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같아 끝까지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연극을 보고나서 침묵을 지킬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볼로디아의 말처럼 공연이 끝나고 도심의 소음을 지나쳐 집으로 돌아와 공연의 여운을 떠올리며 이렇게 평론가의 기분으로 연극 <비평가>를 관람하게될 관객들을 위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극중에서는 스카르파의 작품이 일부 등장하며, 평론가와 극작가는 어느덧 무대위의 배우가 되어 권투 스승과 제자가 되어 줄다리기를 벌이는 부분은 흥미로웠습니다. 연극이 있기에 존재가 가능한 비평가와 비평가의 인정과 관객들의 갈채를 갈구하는 극작가의 상호 보완속 애증 관계가 돋보이는 명장면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볼로디아를 증오했지만, 내심 그의 인정을 받기위해 글을 써온 스카르파는 평론가에게 도전하여 그를 넘어서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볼로디아는 엄격한 스승으로서 제자의 성장을 인정하며 그의 곁을 떠나지요. 마지막에 스승의 책상에 앉아 자신의 작품에 평가를 내리는 스카르파의 사각 사삭 써내려가는 펜의 소리와 생상스의 음악은 마음속에 남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연극 <비평가>는 연극의 본질과 예술속에서 연극이 지향해야 할 덕목에 대한 대화가 가득하여 연극을 사랑하는 마니아는 물론 스승과 제자의 상호 보완적 애증 관계에 중점을 둔 인간 드라마로서 꼭 한번 보실것을 추천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훌륭한 공연을 선보여 주신 이종무/김승언 배우님의 멋진 연기와 관계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친절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연극 <비평가>가 관객들의 호평과 사랑속에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블로그URL - http://blog.naver.com/crowley79/221140415993

비평쓰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황당한 제안.
그를 지켜보는 작가.
그들은 10년이 지나 재현한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의 비평은 남아있을 것이다 라는 제안.

서재는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듯 비평가는 작가의 말에 상상력을 더하며
또다른 작품으로 만들고 늘 만족시러워하지 못한다.

작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평가하는 기회.
그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그둘은 어느덧 사각링위에서 직접 권투를하듯 원고지에 주먹대신 펜이 오간다.
작품은 서로의 고조된 흥분이된다.
KO승을 기다리듯 비평을 기다리는 긴장감.

자기 작품에 심취된 작가의 행동. 비평가는 그저 지켜본다.

그렇게 전혀다른 길을 살았던 두사람.
서로가 다른 삶을살듯 생각 또한 다름을 표현한다.

감정은 좋았지만, 감동은 없는 흑평의 결과.
세상 모든것이 소음으로 변해버린 복잡함이 부른 결과이다.

누군가 이자리를 떠날수 밖에 없는 불편함.

작품도 평가도 결국 뜻대로 되고싶은 욕망이 앞선 또다른 행동들.

고통없이 배울수 없지만, 어쩌면 우리자신도 달콤한 비평과 함께 성공을 따라주길 원하고있다.

지켜보면서 내자신도 연극의 비평하는 모습으로 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