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그것이 마태 수난곡 전곡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클래식 애호가로서, 바흐를 좋아하고 즐겨듣는 이로서도 마태 수난곡 전곡을 작정하고 들어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 우연찮게 KBS FM의 소개를 듣고 바로 예매해 도전해본 것도, 전곡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시대 고악기로 연주되는 시도라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였다.
현장에서 마주한 연주는 모처럼 만에 신선한 감상이었달까, 콜레기움 보칼레나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 모두 첫 대면이었지만 그들의 연주는 성심을 다한, 열정과 애정의 결과물이었다. 2시간 40여 분간의 연주 내내 연주자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몰입해 표현하는 수난곡은 자막의 도움이 없었다 해도 그 비통한 정서를 충분히 전달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간혹 들려온 익숙한 선율에 반가움도 곁들여, 제대로 감동받은 멋진 연주였다.
다만 종교 음악 연주회에 올 때면 항상 느끼게 되는, 기독교와 가톨릭 모임에 번외자로 끼여 있는 듯한 기분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연주회 동안 간간이, 뒷좌석에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열성 신자분 때문에, 휴식 시간 동안 여기저기서 외쳐대는 목사님! 신부님! 여기여기!! 인삿말과 친목회 모임 같았던 그런 분위기만 빼면 딱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