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이 지닌 모든 명제를 내포하고 있는 중의적 표현의 연극 <부정(DENIAL)>은 날카롭고 섬뜩하다. 자신의 커리어와 지식에 대한 확신으로 보고싶은 것만 보고 단정지으며 환자의 치료와 범죄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묘희의 조작된 사고에 논리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박사는 로고스적 인물이고, 어릴적 엄마의 자살을 목격한 트라우마와 아버지에 대한 분노, 사랑을 빼앗긴 질투의 감정을 광적인 종교인의 비틀린 파행으로 착란과 왜곡 사이에서 진실을 흐리는 갈등의 주체이자 자기최면의 결과물인 딸 묘희는 파토스적인 인물이며, 불우한 시절을 잘 이겨내게 해준 인생의 길잡이이자 아버지같은 존재의 위기 앞에 사회적 표본과도 같은 박사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자 헌신도 불사하는 강력계형사 수하는 에토스적인 인물로 미궁에서 좌초되어가는 서사의 축이 되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진짜 진실로 관객들의 사고와 시선을 유도하며 조화롭게 핸들링 한다. 무대중앙에 배치된 십자가 형태의 구조물 바닥은 시공간을 오가며 인물들의 과거와 기억들이 재현되는 장치이자 아버지가 짊어질 진실의 상징이며 연극 <부정(DENIAL)>의 헤게모니를 관통하는 시그니처이다. 예수가 그랬듯 모든 죄를 등에 업고 희생을 선택한 그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관객들의 정의에 맡겨둔다. 캐릭터와 물아일체를 이룬 대단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부정(DENIAL)>은 숨 쉬는 것도 잊을만큼 압도적 몰입을 불러일으키며 피날레를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관객들로 하여금 팩트와 진실을 넘어서는 개인의 주관적 해석이 얼마나 위험한 오류를 낳는가에 대한 날 선 사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엄청나다. 문학에 생명력을 더한 공연예술의 저력과 가치를 다시한번 절감한 명작이다.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느낌. 기억은 결국 왜곡되기 때문에 부정되고 부정할 수 있는가 봅니다. 오늘 공연은 어쩌면 사실보다 더 좋게 기억될 수도 있겠네요. 조수하 배우님 모습이 인상깊게 남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하게 잘 봤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여운이 머물러 집에 바로 갈 수 없었다. 근처를 배회하듯, 산책하듯 내 정신은 계속 부정에 머물렀다. 이 작품은 섬뜩하고 충격적이며, 시리도록 슬프다. 기억의 왜곡 혹은 반항의 거짓말 혹은 아버지의 잘못된 속죄. 판단의 부정. 인물 모두가 처절하게 안쓰럽다.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은 이상하게 비극인물들을 떠오르게 한다. 아그네스를 오이디푸스를 안티고네를 햄릿을 그 외 수많은 인물들을. 차분한 현의 음이 기구한 운명을 가진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내게 불러 일으킨다 생각했다. 이 음악을 '부정'에서도 듣게 될 줄이야. 음악이 들렸을 때 이 작품 심상치 않게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내 기대와 예상을 깨부수고 응어리진 감정의 불순물을 씻겨내려주었다.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르는 심상이 새로 생겨 그저 감사하다. 분출하는 감정을 절제하며 관객의 감정 보다 앞서 나가지 않는 배우님들의 연기 또한 훌륭했으며 그에 속절없이 눈물만 나왔다. 눈물흘리는 나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수작을 못 봤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저 감사할 뿐. 결국 우리는 어떤 진실을 만들어 낼 것인가, 무엇을 믿고 따를 것인가.

제목과 연극의 내용이 너무 잘 맞아 떨어져서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잘 풀어 낸 것 같았다.

마지막에 반전도 좋았던 것 같았다.

아예 생각조차 못한 반전이라서 더욱 더 그랬던 것 같다.

좋은 연극을 본 것 같았고, 배우들의 연기를 감탄하면서 보았던 공연이었다.

진짜 잘 만들어진 수작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4인4색.. 치열한 심리극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지 결말부까지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서사가 일품이다. 그런 결론을 택해야 하는 아버지의 결정이 살짝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denial 이 아닌 father''s love로 작품명을 해석해 본다면 공감가는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다. 어느 하나 심리전에서 밀리거나 처지는 캐릭터가 없기에 더욱 재미있게 관극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