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연극 11월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정말 현실적인 내용의 연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고, 비현실적인 설정도 없고..



엔딩 마저도 확실한 끝맺음 없이 여운을 남긴다고 해야할까??



우리도 충분히 상상 할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라 그런지 연극 속 대사가 중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참 많았다.



연극 속의 대사일 뿐인데도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는 듯 나를 뜨끔하게 만든 말,



너무 현실적이라 서글프다고해야하나... 딱 이맘때 드는 기분과 같은 연극이었다.

노이즈 오프를 보고 좋아하게 된 김로사 배우를 보러 가겠다는 일념으로 선택한 작품.
하지만 극이 시작되자마자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신불수로 누워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형 판수, 한방만 노리고 있는 동생 판서.
이 두 형제를 중심으로 극은 진행된다.
형 판수에게는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형숙이라는 여자가 있지만 공사판에서 만나게 된 수진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동생 판서는 비구니승인 애월을 따라다니며 한방만을 노린다.
그러다가 연기처럼 사라진 수진, 수진을 잊지 못하는 판수, 형이 없는 사이 집문서를 들고 튀었다 사고를 낸 판서,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대사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만들기 충분했다. 배우가 아니라 그냥 그 인물들로 보였으니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보는 듯이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기도 했다.

14년 전 연극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라는 작품의 대본을 읽었을 때는 연극이라기보다는 단막극으로 만들어지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도 좋았지만 영화나 단막극으로 만들어지면 참 좋을 것 같다.
대작이나 코미디에 지친 분이라면 강추하고 싶지만, 공연이 곧 끝난다는 것이 유일한 흠.
같은 캐스트로 영화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연극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