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는 학생?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

정직한 학생?



근데 우리는 대체로 공부를 잘하면 모범생이라 했던것 같다.

이부분은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은것 같고.



이 연극에 나오는 3명도 공부를 잘한다.

상위 3%가 목표인 명준

아버지의 귤농장을 물려 받기 싫어 성공하고픈 수환

그리고 반장 민영



그들은 회계사, 국회의원 보좌관, 검사가 된다.

학교에서의 모범생이라 불리던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3%의 삶을 사는 것이다.

기부입학을 했던 종태도 주유소 사장님이니 꽤 성공한것 같다.



몽블랑과 모나미 볼펜으로 사회 비틀기가 기억에 남고

명준이 한말

'국적을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못바꾼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면

책상 머리에 붙여두고 공부의 열의를 붙태울 만한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3% 였던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근데 우리반엔 1등급이 한명도 없었던것 같은데...

깔끔한 극&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짧게 해서 아쉽네요! 다음에 또 올라오면 꼭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상받을만하더군여...상 아니고, 추천인가??
암튼, 넘 재밌었습니다...
위트있는 구성... 대사...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 그런지 더 재밌었던 공연였습니다...

부제 [상위3%를 향한 사지선다형 백색 느와르]

2009. 02. 14 7pm

아르코 소극장

작 지이선

연출 김태형

출연 종태역 김대종/명준역 이호영/수환역 김슬기/민영역 홍우진



처음 줄거리를 봤을 때 부터 끌려서 예약 했다가 아픈 조카땜시 포기

한 번 더 예약해서 드디어 보다.

표를 찾을 때 정말 지우개를 선물로 줘서 고마웠고 리플렛 보고 급 흥분 했다.

이유는 리플렛에 내 아이디와 기대평이 실렸기 때문.

내가 로즈언니에게 리플릿을 자랑하면서 보여주니 "그래서 초대 받아 봤어?" 하더라.

아니요. 나이 만큼 할인받아 봤으요. T.T......



개인택시를 하는 부모를 둔 명준은 이번 중간고사를 잘 봐야지만 내신등급이 올라간다.

수학 시험을 볼 때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당황해서 그 과목을 통으로 망친다.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 수환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시험지를 돈 주고 사고 판다는 말을 듣게 된다.

시험 성적에 대한 강박증 때문에 명준과 수환은 미분과 적분을 반씩 공부한 후 서로 답을

불러주기로 의견을 맞췄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대화하다가 운동선수 출신 종태에게 들킨다.



반 씩 공부해서 약간의 운과 더불어 성적을 올리는 놈이 나쁜가

아님 돈 주고 시험지를 사서 답을 적는 놈이 나쁜가?

명준은 종태에게 친구사이가 되자는 말로 설득을 하고 셋은 함께 하기로 한다.

"자 1번은 턱을 괸다. 2번은 기침 두 번, 3번은 지우개 옮기고..." 이렇게 관객도 다 외운 규칙을

자꾸 잊어버리는 종태. 화난 표정과 감동에 북받친 얼굴이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한다.

자기도 뭔가 선물을 준다면서 반장 민영이가 체크를 하는 출석부를 쳐서 봉투를 발견한 종태

그 이후 네 명은 수학 시험 때문에 서로를 쫓고 쫓기는 묘한 관계가 된다.



인상 깊었던 장면 많다.

깎아 놓은 사과를 냄새 맡아 보고 살짝 문 다음 그냥 접시에 뱉어 놓던 명준의 섬세한 연기

그 짠 사과는 공부를 잘 하길 바라는 서울의 서민 명준부모님의 기대이다.

도시락에서 귤 냄새와 노란 빛깔의 밥을 본 적 있냐는 수환의 짜증섞인 불평

번번히 불량배들에게 돈을 뺏기지만 '이런 미끄러졌네'하면서 천원짜리를 사라락 날리던 장면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사주신 워크맨은 동생 주고 마이마이 너 가지라는 명준이 유서를 읽던 장면

찻길을 사이에 두고 이쪽에 설 것인지 저쪽에 설 것인지 결정하라던 비장한 말

아무리 더러운 돈이라도 흰봉투 안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해진다라는 대사



하,,, 1992년 그 때의 추억이 참 자로 잰듯 딱 맞게 세련되게 재연되었다.

일제 가전제품, 학용품에 열광하고 홍콩 느와르를 최고로 치고

성문영어와 수학의 정석이 든 가방을 맨채 극장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성적에 따라 울고 웃고 학고를 망치면 듣도 보도 못한 수능을 쳐야 한다던 불안에 떨던 그 시절.



연극 모범생들의 대사와 동작들은 참 우아하기까지 하다.

화장실에서 손 씻는 장면, 시험의 정답을 박자 맞춰 가며 불러주던 장면

형체 없는 불량배 3인조에게 매를 맞는 장면

넥타이를 풀었다 벗었다 옷 매무새를 다듬는 장면들은 경쾌해서 무용극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 후기도 거의 마지막

느와르 장르를 보면 그 안에 범죄, 공포, 액션, 배신, 돈, 피, 복수, 우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희망'이 스파게티처럼 버무려져있다.

평범한 외고의 남학생 4명이 수학 시험 때문에 부정행위 하다 들켜

성적에 대한 강박을 느낀 모범생일 뿐이니 용서를 빈다는 극히 평범하고 시시한 이야기를

느와르장르 연극으로 근사하게 보여줬다.



네 명의 완소훈남 배우님들 너무 멋있어요.

종태역 김대종배우 전에 쉬어매드니스에서 형사역 출연한 것 봤어요. 반갑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은 연극 [모범생들]

중간중간 조금 더 다듬거나 생략했으면 좋겠다 싶은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몇몇 장면은 꼭 고등학교때의 경험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발랄한 연기는 물론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적절히 조절된 유머코드 덕에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