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을 통해 이번에 처음으로 연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극이 시작할때까지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설레이는 시간이였습니다.

극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분명 내 눈 앞에는 테이블 하나와 의자가 전부일텐데,
극중 인물들이 문을 여닫는 등의 제스처 하나하나가 처음에는 사소해 보였습니다만
극이 진행될수록, 제 눈에는 후타로의 집에 낡은 나무벽과 여닫던 현관문이 그려지며, 극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계속 들려주던 빗소리는 점차 빗내음을 소리에 녹여내는것만 같았습니다. 극 후반부에서는 나호와 이즈미야가 얘기하는 중에 후타로가 바깥(극장 구석의자)에서 숨죽여 울고 키요미가 우산을 씌워준 곳의 풍경마저도 머릿속에서 점차 선명해져 가고있었습니다.

항상 타인이 완벽히 채워놓은 공간의 영화나 공연을 보다가, 내가 가진 상상력을 발휘할수록 비워진 연극 무대 구석구석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연극의 매력을 이번 경험을 통해 찾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다음으로 느낀 건, 시간의 구성이 후타로의 60세,6세,33세,45세 총 4개로 나누어져 있고, 1인2역의 배우가 다수인 이 연극의 상황 상 자칫 관람객이 시간선 구분에 혼란을 겪기에 충분한 조건이였지만,
관람하는 내내 헷갈리는 일이 전무했던 까닭은 1인2역 임에도, 심지어 그 역할들이 정반대의 성격이 아닌 오히려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비슷한느낌을 주어야 하는 역할임에도, 배우분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세심한 표현으로 이 역할들의 구분을 명확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연극을 관통하는 주제인 ''그럼에도 태어나길 잘했다''는 이십대중반인 제가 소중한 삶을 겪었다 하기에도, 잊고 있던 오랜 추억을 꺼내기엔 너무나도 이르지만, 다만 언젠가 후타로와 비슷한 나이가 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후타로처럼 외로워진다면, 이 연극이 60번째 나의 생일에 고양이인형처럼 뜻밖에 선물로 찾아와 내 잊고 있던 추억이 되어져 ''그럼에도 태어나길 잘했다''는게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길 바래봅니다.

일본 영화처럼 소소하고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예쁜 연출로 흥미롭게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극입니다! 자극적이고, 상업화 되어버린 많은 대학로 극들 사이에서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준 다면 단연 이 연극일 겁니다. 지루하지 않게 시간도 빨리 가버리는데 그게 아쉬워요 ,,, 귀여운 후타로와 타마를 더 오래 보지 못 하니까요 ,,, 너무 잘 봤습니다! 추추추추추추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연극이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리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배우분들의 연기에 녹아들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면서 무대만 바라보면서 같이 공감하고 배우분들에게 눈을 뗄 수 없이 너무나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신 배우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막공 전에 또 보러 가고 싶습니다.

반복되는 생일, 어른들은 종종 생일을 뭘 챙기냐고 말하곤 하는 것 같아요. 이쯤되면 생일 축하할 때가 아니라고. 그럼에도 우리는 매년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합니다. 후타로 엄마인 키요미는 마지막에 말합니다. "태어나길 잘했다"라고 생각될 때 우는 거라고. 쓸쓸해보이는 후타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행복한 순간들이 쌓여있어요. 어찌되었든 태어나길 잘했다, 그러니까 계속 살아가자고 말해주는 연극의 따뜻함이 잘 느껴졌습니다.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은 없나, 삶은 어쨌든 소중한 건가 등등 여러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 20대를 살고 있는 저는 후타로를 모두 이해하고 공감하긴 어렵더라구요. 언젠가 저도 극을 되돌아보며 후타로의 마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80분 공연 동안 극을 이끌어가는 후타로 역의 이근희 배우님 정말 대단하세요. 6살과 60대를 모두 연기하시다니..두둥 특히 키요미 역의 정수연 배우님은 긴 호흡으로 나오는 장면은 없는데도 등장 때마다 참 인상 깊었습니다. 후타로에게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존재였겠구나 느껴지는 연기였어요. 같은 대사를 여러번 반복하는데, 처음과 마지막의 느낌이 좋은 방향으로 다르더라구요! 또 눈에 띈건 1인2역 하시는 네 배우님들! 1인2역을 네명이나 하는데 전혀 헷갈림 없이, 특히나 시간대 구분이 핵심인 본 연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정말 잘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연출도 한몫했겠죠!?) 각 배우님 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블로그나 개인 sns에 꼭 후기 더 남기려 합니다 :) 잔잔하고 따뜻한 울림이 있는 이 연극 3월3일까지 밖에 안 한다고 하니 꼭 보러가세요!!

나를 위해 초를 켜고 싶게하는... 쓸쓸하지만, 따뜻한...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6세부터 60세의 연기를 하신 후타로 역의 배우께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시고, 1인2역도 무난하게 펼치는 실력있는 젊은 배우들은 활기차며, 중간중간 위트있는 대사가 극을 지루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오랫만에 찾은 공연장에서 흐트러짐없는 기분좋은 관람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