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마지막엔 그냥 울었다. 엄마의 시간, 은영이는 알지 못했던 엄마의 시간. 엄마가 은영이의 시간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은영이도 엄마의 시간을 온전히 알 수 없었을 거다.

은영이가, 재희가 너무 이해가 가서 더 마음이 아팠다. 재희는 같은 사정을 겪어봤기에 은영이의 거짓말들을 더 잘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재희는 어떤 마음으로 은영이를 대했을까. 거짓말을 그만두고 나오라는 신호였을 수도, 혹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삶을 가진 친구가 세우는 벽들을 그냥 허물고 싶어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엄마는 은영이를 잘 가꿔서 남들에게 보인다. 시든 화분을 베란다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것처럼 은영이는 스스로가 더 이상 예쁜 꽃이 아님을 알았기에 깊은 방 안으로 숨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되니 아이들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달라진다. 내가 어릴 땐 이 친구들이 전부여서 그들과의 관계가 삐걱댈 때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른이 되고 나니 여러 군데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한명한명에 대한 관계 스트레스는 덜해졌다. 그러나 그 세상을 깨고 나와보지 않으면 모른다. 청소년기 미묘한 감정선과 행동들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장면 하나하나의 관계들이, 대사들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데뷔한 배우들이 있다고 하는데 다들 연기를 너무 잘 했다. 무대에 큰 박수를 보낸다.

저기 모인 나방들 보여? 원래는 별빛들을 따라 움직이는데... 인공조명에 마음을 뺏긴거지. 저기에 홀려 길을 잃은거야. 눈 똑바로 뜨고 다시 진짜 길을 찾아. 더 늦기전에. 더 오에이> 시즌 2, 4화, 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