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를 통해 좋은 자리를 예매하여 5월 6일에 관람했습니다.
원작의 무게는 유지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든 아이디어에 거의 경악했습니다.

갈수록 극 무대가 다른 곳을 쳐다본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개인적 성향일 수 있겠으나 정통극은 점점 사라지고

자꾸만 이벤트식의 극 연출이 팽배한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좀도 세밀한 공연 사전정보가 있다면

다소 나태하고 얌전한 성향의 사람들이 차분이 관. 람. 하는 극을 찾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신한 연출로 박수갈채를 받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온다길래 꽤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감기로 길~게 늘어진 몸을 이끌고 공연장을 찾았다.

리투아니아 OK시어터의 해석은 밀가루와 무대가 독보적이었다. 캐퓰릿과 몬태규 두 집안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빵집을 운영하는 라이벌이고, 그래서 밀가루로 싸움도 하고 서로 반죽 솜씨를 겨루기도 한다. 그 밀가루는 줄리엣의 수면제도 로미오의 독약도 되고, 죽은 사람의 데드 마스크로 표현되기도 한다. 대립과 반목, 사랑과 화해를 모두 압축한 소재인 셈이다. 밀가루를 담은, 때로는 배우들이 들어가기도 하는 커다란 솥은 공연 전체를 표현한 상징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무대는 빵집과 교회, 줄리엣의 신방, 무덤으로 다양하게 쓰이는데, 반짝거리는 함석(?) 소재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 복잡하게 꾸민 모습이 형태는 사실적인데 용도는 추상적이다. 조명에 따라 우습게도 무섭게도 보이도록 정교하게 구성한 조형성이 그 자체만으로 또다른 작품처럼 돋보인다.
로미오가 부엌 집기들을 한데 모아놓고 그 위에 엎드려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고통은 칼이나 창처럼 예리하게 찌르는 대신 숟가락이나 국자처럼, 둥글게 파고드는 게 아닐는지. 막상 닿을 때는 아픈 줄도 모르지만 나중에 보니 여기저기 빨갛게 남아있는 자국들처럼 말이다.

사족 :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 있을까 싶어서 프로그램을 뒤졌더니 컬러 사진이 한 장도 안 들어 있다. 공연장에서는 카메라를 들고만 있어도 득달같이 도우미들이 달려오던데, 그냥 얌전히 앉아서 보여주는 것만 보다가 나가라는 뜻인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훼손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보았던 공연과는 많이 다르네요. 비극을 웃으면서 즐길수 있었지만 너무 생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