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너무 좋았어요.
작년에 여러 번 봤는데 올해는 처음 보네요~
전체적으로 크게 바뀐 건 없어서 더 좋았고요.
배우분들이 거의 교체되었네요.
이번 분들도 역량이 대단하시지만 익숙한 얼굴이 아니라 섭섭하기도 하네요.

아쉬웠던 점을 적는 편이 공연하시는 데 도움 되시리라 믿습니다.
지방공이라 그랬는지, 안양공연만 여건이 되지 않았는지,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등장하는 기존 연출이 사라져서 좀 부실해 보입니다. 악당은 카리스마가 죽었고 호린과 거울요정들은 신비감이 떨어지네요. ㅠㅠ
투 휠 보드 타시는 앙상블 분도 연습 미숙인지 사고였는지 공연 도중 넘어지시던데 다치시진 않으셨는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심각하게 느낀 점은요….
왜 뚱뚱한 캐릭터를 비하하는 대사가 추가되었는지 의문입니다. (기존에도 있긴 했는데 올해는 더 추가되었네요) 은은한 성적 편견까지 조장하고 있어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작중에 뚱뚱하다고 보이는 캐릭터가 세 종족에서 다섯 명이 나오지요?

눈사람은 남녀배우가 있는데, 여성 눈사람은 살 빠졌다는 것으로 칭찬받고 남성 눈사람은 명품을 샀다는 것으로 칭찬을 받는군요. 겉보기 몸매는 비슷해 보입니다.
여자아이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안 그래도 자기의 몸과 외모에 관심 클 어린 시기에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지 않을까요?

주인공 롬바의 친구 튜튜는 뚱뚱하다기보단 덩치가 큰 느낌입니다. 스모선수 같은 느낌이죠. 식탐이 넘치는 모습, 넘치는 힘을 주체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롬바가 충고해주며 바람직한 방향성을 확립해가게 됩니다. 코코넷이 뚱뚱하다고 놀려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지요. 남자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이고요, 의상 등으로도 남자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튜튜는 과체중 남자아이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재미있는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만….

트리 ''아줌마''는 어떨까요?
트리 자매는 수다스럽고 시끄럽다는 캐릭터 성으로도 이미 훌륭하게 개성적입니다. 작년 공연을 너덧 번 반복관람했지만 그런 대사는 없었고, OST에서 해당 대사 부분을 들어봐도 없었던 대사가 생겼더군요. 어느 부분인지 아시겠지요? 자매끼리 언니님이 하세요, 동생님이 하세요, 하며 미루다가 언니 쪽이 제가 하겠습니다 하며 블랙에 대한 노래를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동기간에 높임말을 사용하는 보기 좋은 부분은 수정되어 ''네가 해''로 바뀌었고, "하루에 밥을 다섯 끼(다섯 그릇? 인지 정확지 않습니다만 5회가 많다는 뉘앙스였습니다) 먹는 내가 하지요." 하며 언니 트리가 운을 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이렇게 바뀐 것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너무나 불쾌했습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블랙의 슬픈 이야기에 이입을 방해할 정도였습니다.)

트리 자매의 캐릭터 성은 수다스러운 성인 여성이며, 미혼인데도 아줌마로 불릴 정도로 다른 캐릭터들보다 나이가 많고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다는 점에서 청소년 나잇대의 타 캐릭터들보다 차별화되어있습니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연령대는 미취학, 초등학교 어린이들이고, 그들의 부모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엄마 손을 잡고 극을 보러 왔는데 엄마같은 캐릭터가 나와서는 스스로 밥을 많이 먹는다고 자책하듯 말합니다. 하루에 다섯끼를 먹는다는 게 큰 흉인양 말하죠. 어린아이들은 성장기이기 때문에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영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식사를 제공하는 가족(주로 엄마)도 같이 먹게 되기 마련이죠. 그런데 밥을 많이, 자주 먹는다고 서로 미루며 싫어하던 불편한 일마저 자진해서 먼저 해야할 정도로 죄가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고, 자연스레 밥을 많이, 자주 먹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상기한 대로 트리는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여자 캐릭터지요. 이 경우에는 밥을 많이 먹는 것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는데, 남자 캐릭터인 튜튜에게 롬바는 극 초반부에 ''먹고 놀고 또 먹어''하면서 많은 식사를 보상으로 제안합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걸까요?
과체중인 어린 여자아이 관객이 자신(과 모친)의 신체와 섭식습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까 우려됩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여러 미디어에서 차별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성차별 이외에도 인종차별이나 비만인 혐오등, 소수라서 당하는 차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 시국에, ''외모는 달라도 우린 모두 친구''라는 가치를 이야기하는 판타지아라는 극에서 굳이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대사를 집어넣어야하는지 의문입니다.

산타마을 캐릭터는 기존 부니부니 캐릭터가 아닌 뮤지컬 오리지널 캐릭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 짜여진 교육용 컨텐츠인 부니부니에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 어려운 작업인 줄은 알지만, 결국 판타지아라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까? (극작가인 지인이 제 권유로 작년도 판타지아를 관람하고는 HJ컬쳐 작품 중에 최고라 할 정도로 서사 구조가 탄탄하며, 모험극의 가장 완벽한 형태라고 극찬하더군요.)
부디 좋은 작품에 일부러 옥의 티를 만들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해당 배우분의 애드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마왕성에서 블랙(남배우)의 섀도우(여배우)의 장난에 대한 더 심해진 태도라든지, 크랄라와의 말싸움 수준, 크랄라의 대사(작년과 달리 사과보다 예쁜척이 먼저) 같은 부분에서 작년의 중립적이고 안정된 분위기보다는 조금 아슬아슬해진 수위를 느꼈습니다. 다른 지방에서도 순회하며 공연하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 작은 디테일적인 대사나 애드립도 결국은 공연의 메시지에 부합하도록 모쪼록 잘 수정해주셨으면 합니다.

길고 난잡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